한국과 인도네시아가 공동으로 추진 중인 KF-21 보라매 전투기 개발이 실질적인 시험 단계에 들어서면서, 인도네시아 내부에서도 IFX 양산 여부와 차세대 전투기 개발 방향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KF-21 개발은 한국 주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인도네시아는 IFX라는 파생형 전투기를 도입할 계획이며, 자국 내 생산 체계 구축도 검토 중이다.
현재 KF-21은 4.5세대 전투기로서 Block-I 단계에서 비행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2026년부터 한국 공군의 초도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동일한 기체를 기반으로 IFX를 개발하고 있으며, IFX 역시 TNI-AU(인도네시아 공군)에 실전 배치를 염두에 두고 있다.
다만, 최근 UAE가 KF-21 개발에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IFX 프로젝트는 예상치 못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UAE의 투자와 참여로 KF-21은 사실상 다국적 사업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고,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의 사업 참여 지분과 역할 조정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UAE의 참여는 KF-21 개발 안정성을 높였지만, 인도네시아 입장에서는 독자 생산 및 후속 기술개발 능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특히, IFX를 KF-21 단순 면허 생산 수준에 그칠지, 아니면 실질적인 공동 생산체계로 발전시킬지는 향후 협상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방산업계는 KF-21/IFX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얻은 기술적 경험을 토대로, 차세대 전투기 독자개발에 적극 활용하려는 의지를 보여왔다. 특히 LAPAN(Badan Riset dan Inovasi Nasional, 전 LAPAN)은 LFX(Lapan Fighter eXperimental) 프로젝트를 통해 5세대 및 6세대 전투기 개발 구상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LFX는 LFX-1과 LFX-2로 구분된다. LFX-1은 스텔스 형상, 내부 무장창, 첨단 센서 융합체계를 갖춘 5세대 전투기를 목표로 하며, LFX-2는 AI, 무인화, 지능형 네트워크 중심 전투체계로 진화하는 6세대 전투기 개념으로 설정되어 있다.
현 단계에서 LFX는 개념 설계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전문가들은 KF-21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항공기 구조 설계, 항공전자, 미션 시스템 통합, 복합소재 제작 기술 등을 LFX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가 당장 완전한 5세대 전투기를 개발하기 어려운 재정 및 기술적 여건을 고려하면, 초기에는 RC(무선조종) 모형 및 실증용 드론을 통해 LFX-1의 주요 형상 및 비행 특성을 검증하는 접근이 현실적이라는 평가다.
RC 및 드론을 통한 선행 개발 전략은 LFX 개발 리스크를 낮추는 동시에, 인도네시아 항공산업 내 설계 및 시험능력 배양에도 효과적이다. 한국, 일본, 미국, 중국 등도 유사한 방식으로 5세대 및 6세대 전투기 개발 초기 단계를 운용하고 있다.
LFX 프로젝트는 인도네시아 항공산업 발전뿐만 아니라, ASEAN 방산 시장에서의 기술적 리더십 확보를 위한 필수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KF-21 프로젝트로 확보된 공동 개발 경험과 산업 기반이 LFX 프로젝트에 직·간접적인 지원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BRIN 관계자는 "KF-21 참여는 단순한 기술습득의 의미를 넘어, LFX 개발을 위한 현실적 기반을 마련한 계기"라며 "인도네시아의 지형과 전략적 요구에 맞는 5세대 및 6세대 전투기를 개발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현재 TNI-AU 역시 장기적으로 LFX 개발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KF-21/IFX를 단기적인 전력화 수단으로, LFX를 미래 전략 전력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RIN과 PT DI는 2020년대 후반부터 개념 연구와 소형 실증체 개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LFX 개발이 실현될 경우, 인도네시아는 ASEAN 국가 최초의 5세대 전투기 개발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며, 국방산업 수출 경쟁력 또한 크게 제고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KF-21/IFX 프로그램은 단순히 전투기 도입을 넘어서, 인도네시아 항공 방산업계 전반의 역량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 PT DI를 비롯한 관련 기업들은 KF-21 개발 과정에서 기체 구조 제작, 배선, 항공전자 시스템 제작, 통합 및 시험 등 다수의 핵심 업무를 직접 수행했다.
IFX 양산 및 후속 유지보수 역시 PT DI를 중심으로 수행될 예정이며, 이는 인도네시아가 자체적인 군용기 생산·정비 능력을 확보하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LFX의 성공적인 개발과 실현을 위해서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전략적 투자 및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KF-21 프로그램에서 확보한 경험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LFX 사업을 국가 핵심 프로젝트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의견이다.
BRIN과 PT DI는 향후 수년 내에 LFX-1 RC 및 드론 시험기를 개발하고, 2030년대 중반 실물형 프로토타입(1:1 시제기) 제작과 비행시험을 목표로 연구개발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LFX-1과 LFX-2 개발을 병행하면서 KF-21 Block-I, Block-II에서 얻은 노하우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인도네시아가 KF-21을 넘어서는 자주국방 역량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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